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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단청 공부

민화 책가도, 우리나라의 정물화 책거리

by 아오_ 2022. 5. 12.

이형록책거리
이형록 책거리 그림 국립민속박물관

이 그림이 어떤 민화인지 알아보고 이 그림의 특성과 유래를 알아보겠습니다. 이 그림과 「문방도」에 대해 알아보고 이 그림의 형식을 알아보며, 이 그림을 그린 유명한 화가와 그의 작품을 알아보겠습니다.

1. 아 그림은 어떤 민화인가?

옛날에는 책이 매우 귀하고 비싼 물건이었습니다. 민화 「책가도」 혹은 「책거리」는 책을 소재로 삼은 민화를 의미합니다. 쉽게 생각하면 「책가도」는 그중에서 책장이 있는 그림이고 「책거리」는 책장이 없이 물건과 그림을 그린 그림을 말합니다. 18세기 후반 조선 후기 왕인 정조가 다스리던 시대에 「책가도」는 궁중 회화로 먼저 유행하고 19세기에 민화로 퍼져나갔습니다.

2. 「책거리」 특성 및 유래

「책거리」에 등장하는 물건들을 보면 책과 골동품, 문방구 등 여러 가지 사물을 한 폭에 그려 넣은 것이 특징입니다. 종이, 붓, 먹, 먹을 가는 데 쓰는 도구와 같은 문방사우와 함께 남성의 생활 공간이었던 사랑방의 물건인 술병과 주전자, 바둑판, 담뱃대, 청나라로부터 수입한 화려한 도자기와 자명종, 회중시계, 안경, 거울 등이 소재로 함께 그려져 물건들을 구경하는 뜻도 담겨있습니다. 일상적인 물건이 아닌 상서로운 동물인 용이나 해태, 기린을 같이 그리기도 하고 꽃과 과일로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책거리」에 서양의 물건이 유입된 것 등 당시의 역사와 사상, 경제, 생활 모습을 알 수가 있습니다.

3. 「문방도」와 「책거리」

「책거리」 이전에는 「문방도(文房圖)」라는 명칭을 사용했습니다. 「문방도(文房圖)」는 「책거리」의 상위 개념으로 문방사우가 주력이라면, 「책거리」에서는 책이 주력입니다. 「문방도(文房圖)」는 사대부가 쓰는 물품인 문방사우에 내재한 품격을 강조한다면 「책거리」는 책을 비롯하여 물건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이것은 이념의 시대에서 물건의 시대로 사상이 변해가는 조선 후기의 시대의 흐름을 나타냅니다. 「책가도」는 청나라의 《다보각(多寶閣)》이라는 장식품을 진열하는 가구에 진귀한 물품을 진열해 놓은 것을 묘사한 《다보각경》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시대 왕인 정조가 다스리던 시대에 궁궐에서 왕이 앉는 자리에 「일월오봉도」 대신 「책가도」를 놓고 매우 아꼈다고 전해집니다. 학문에 힘쓰고 출세를 상징하는 의미의 「책가도」는 왕실은 물론 양반 계층에 성행하였습니다. 그러다 「책거리」의 이런 상징성으로 민간에도 널리 퍼지며 좋은 운수를 상징하는 소재가 함께 그려졌습니다.

4. 「책가도」 그림의 형식

「책가도」의 형식은 크게 책장이 있는 형식, 기물을 나열하는 형식, 작은 탁자가 있는 형식, 기물을 모아 놓은 형식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책장이 있는 형식의 「책가도」는 책장과 장식품을 진열하는 가구의 조합으로 청나라 《다보각》에서도 장방형의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선반은 수평 방향으로 전개되는데 중간에 한글의 기역 형태와 니은 형태를 섞어 구획을 연출하였습니다. 기물을 나열하는 형식의 「책거리」는 책장을 없애고 책과 물건들만 나열하는 구성을 말합니다. 책장의 틀이 없어 구성이 자유로우며 책과 물건이 더욱 잘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작은 탁자가 있는 형식의 「책거리」는 작은 탁자와 같은 가구 위에 책과 화병 등을 쌓아 올려놓은 형식입니다. 기물을 모아 놓은 형식의 「책거리」는 책과 물건을 한데 모아서 구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형식의 「책거리」는 「문방도(文房圖)」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물을 모아 놓은 형식의 「책거리」와 작은 탁자가 있는 형식의 「책거리」가 민화 「책거리」에서 가장 많이 그려진 형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보각(多寶閣)》은 《다보격(多寶格)》으로도 불립니다.

5. 유명한 「책거리」 작가와 그림

옥산(玉山) 장한종(張漢宗) (1768년~1815년 이후)

궁중 화원 장한종은 조선 시대 최고의 화원 가문인 인동(仁同) 장씨 화원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당시에 「어해도」를 가장 잘 그리는 사람으로 생각되었으며 특히 민물고기와 해조류를 잘 그렸다고 합니다. 그가 그린 「책가도」 병풍은 현재 가장 오래된 「책가도」입니다. 책장에 놓인 여러 가지 소재를 그린 8폭 병풍으로 「책가도」의 걸작으로 평가 받습니다. 일반적인 「책가도」와 달리 장막으로 둘러져 있는 것이 특징으로 한자어 기쁠 희(喜)자가 두 번 겹치는 문양을 사용했습니다. 서양의 시선과 수평인 모든 직선은 수평선 위의 한 점으로 모여 그림 그리는 방법과 한 가지 색상의 명도 차이에 의해서 사물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기법을 사용했으며 책, 중국산 도자기, 옥으로 만든 기물, 청동기시대 유물, 문방구와 과일, 꽃 등을 배치하였습니다. 경기도 박물관에 이 그림이 있습니다.

송석(松石) 이형록, 이응록, 이택균 (1808년~1872년 이후)

19세기 조선의 궁중 화가인 이형록(李亨祿)은 「책가도」로 많은 명성을 얻었는데 조선 후기 유명한 화원 집안 출신입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책가도」로 이름을 날렸는데 철종의 초상을 그리는 화가의 보조 화가로 선발되었습니다. 그는 이름을 두 번이나 바꿨는데 57세에는 이응록(李膺祿)으로 64세에는 이택균(李宅均)으로 개명하였습니다. 서양의 한 가지 색상의 명도 차이에 의해서 사물을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기법을 받아들여 병풍의 폭에 그려진 책장의 옆면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어둡게 표현하였습니다. 또한 책을 비스듬하게 대각선으로 그리는 서양에서 들어온 기법도 사용하였습니다. 책을 중심으로 문방구, 두루마리, 도자기, 수선화 등을 그린 6폭 병풍이 국립민속박물관에 그가 그린 「책가도」병풍이 소장품으로 전해집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도 엄숙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8폭 병풍이 소장품으로 있습니다. 양산의 유명한 사찰인 통도사의 성보 박물관에도 10폭 병풍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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