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명절지도」의 뜻과 어떤 소재가 그려졌는지 이 그림의 변천 과정을 알아봅니다. 또한 이 그림을 잘 그린 조선 시대의 화가들을 알아보고 첨부한 사진에 그려진 그림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기명절지도(The painting of Bowl and Flower Branch 器皿折枝圖) 는 어떤 그림인가?
《기명절지》그림은 기명(Gimyeong)과 절지(Jeolji)를 합하여 만든 글자로 가장 끝에 한자어 그림 도(圖) 자를 붙여 만들었습니다. 기명(Gimyeong)은 한자어 그릇 기(器)자와 한자어 그릇 명(皿) 자를 합한 글자입니다. 절지(Jeolji 折枝)는 한자어 꺾을 절(折) 자와 한자어 나뭇가지 지(枝) 자를 합하여 만든 글자입니다. 한자어 의미로는 그릇과 꺾은 가지를 그린 그림이라는 뜻입니다. 기명절지도(Gimyeongjeoljido)는 중국 고대에서부터 사용했다는 구리나 청동 등으로 만든 옛날 그릇이나 물건과 좋은 일이 생길 징조나 조짐을 뜻하는 길상의 의미를 지닌 꽃과 가지, 과일이나 채소, 문방구 등의 소재로 하여 그림을 그렸습니다. 기명절지도(Gimyeongjeoljido)는 위의 소재들을 사용하여 서양의 정물화처럼 짜임새 있게 화면을 구성하여 그림을 그렸습니다. 기명절지도(Gimyeongjeoljido)는 우리나라의 정물화라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 것 같습니다. 기명절지도(Gimyeongjeoljido)는 그릇과 여러 소재 중에서 그 소재가 상징하는 것을 생각하며 소재를 취사선택하여 화면에 담아냈습니다.
2. 기명절지도(Gimyeongjeoljido)의 변천
기명절지도(The painting of Bowl and Flower Branch)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소재는 역시 그릇입니다. 기명(Gimyeong 器皿)인 그릇에는 왕실의 제사 의례에 사용하는 제기(Jegi 祭器)와 꽃을 담는 그릇인 화기(Hwagi), 지금의 꽃병과 식사할 때 사용하는 식기(食器) 등의 진귀한 옛날 그릇을 소재로 사용했습니다. 특히, 고동기(Godonggi 古銅器)라고 불리는 중국 고대 시대의 구리나 청동으로 만든 그릇은 고대 중국을 대표하는 유물이라고 합니다. 고동기(Godonggi)는 송나라의 학자들에 의해 명칭과 용도가 활발히 연구되었다고 합니다. 송나라에서는 이런 고동기를 기록으로 남기며 고동기를 본보기로 하여 방고동기(Banggodonggi)를 많이 제작할 정도로 귀하게 여겼습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기명절지도의 시초에 가까운 그림인 제기도(Jegido)를 고려시대 성종 때 송나라로부터 받았다는 기록과 고려시대의 제기(Jegi 祭器)를 제작할 때 중국의 고동기를 참고하여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또한 서재에 놓인 고아한(우아한) 물건을 그린 그림인 청공도(Cheonggongdo 淸供圖)와 그릇에 꽂힌 꽃과 고동기, 괴석에 더해진 그림인 박고도(Bakgodo 博古圖)가 청나라에서 조선에 들어왔습니다. 이런 시대상에 힘입어 인하여 조선시대 후기에 청나라와 똑같이 골동품을 수집하고 문방기물들을 방안에 장식하고 감상하며 풍류를 즐기는 풍조가 확산하였다고 합니다. 각종 귀한 물건들을 모으는 이 풍조는 이 급기야는 사치풍조로 확대되었습니다. 선비의 물건인 문방구와 진귀한 골동품, 꽃과 과일 채소 등이 한데 어우러진 기명절지도(Gimyeongjeoljido)는 그 그림을 가진 사람의 사회적 지위나 위상을 과시하면서도 고아한 취미생활을 대변하기도 했습니다.
3.기명절지도(Gimyeongjeoljido)의 소재
기명절지도(Gimyeongjeoljido)에 그려진 소재는 생명력을 지닌 물체라 생각하여 모두 상징적인 의미를 지녔습니다. 기명절지도(그릇과 꽃가지를 그린 그림)의 고동기(古銅器 Godonggi)는 제사에 사용하던 제사 기물로 왕권을 상징하는 귀중하고 보배로운 그릇입니다. 꽃병(꽃을 담은 그릇)은 평안을 의미합니다. 각종 문방구와 책들은 학문의 깊음과 벼슬을 의미합니다. 꽃나무 중에서 모란은 부귀를 뜻하며, 석류와 포도 자손이 번성하는 것을 뜻하며 특히 석류는 붉은 주머니 속에 씨앗이 가득히 담겨있는 모습을 하여 아들을 의미합니다. 커다란 귤은 운이 매우 좋은 것을 상징합니다. 수석(Suseok 壽石)은 수명(壽命)을 의미합니다. 쏘가리는 한자어로 쏘가리 궐(鱖) 자로 쓰는데 궁궐을 의미하는 궐(殿) 자에서 소리를 빌려서 궁궐에 들어간다는 의미로 벼슬길에 나간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기명절지도(Gimyeongjeoljido)는 움직이지 않는 사물을 그린 그림으로 생활 주변에 있는 소재를 그렸다는 점이 서양의 정물화와 유사합니다. 서양의 정물화는 특정한 대상을 보통 사실적으로 그렸는데 해골을 그리는 것처럼 인생의 무상함을 강조했는데 동양의 정물화인 기명절지도(Gimyeongjeoljido)는 복(福)을 구하는 의지를 표현했습니다. 서양의 그림과 달리 동양의 그림은 그림의 소재를 눈으로 관찰해서 그리기보다는 소재가 가진 상징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기명절지도(Gimyeongjeoljido)의 소재가 실제의 모습과 닮거나 닮지 않는 것보다 그 소재가 의미하는 상징성과 그 소재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화가의 의도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4. 기명절지도(Gimyeongjeoljido)를 그린 조선의 화가들
장승업(1843년~1897년)은 청나라 그림을 수용하여 독창적인 자신만의 독자적 표현을 사용하여 기명절지도(Gimyeongjeoljido)를 완성한 화가입니다. 장승업을 시작으로 1900년대에는 안중식(1861년~1919년)과 조석진(1853년~1920년)을 중심으로 기명절지도(Gimyeongjeoljido)를 완성한 화가입니다. 장승업을 시작으로 1900년대에는 안중식(1861년~1919년)과 조석진(1853년~1920년)에 의해 기명절지도(Gimyeongjeoljido)가 그려졌습니다. 안중식과 조석진은 장승업이 기명절지도(Gimyeongjeoljido)에 사용한 구도를 계승하며 다양한 그림 그리는 스타일을 수용했다고 합니다. 이 두 명의 화가에 의해 근대의 기명절지도(Gimyeongjeoljido) 화풍을 완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장승업과의 차이점은 장승업이 고동기(Godonggi)를 강조하기 위해 소재를 과장해서 그렸다면 이 두 명의 화가는 소재를 과장 없이 그렸다고 합니다. 또한 기명절지도(Gimyeongjeoljido)에 주로 그렸던 소재들이 주는 상징적인 의미를 대신하여 주변에서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로 소재를 확대하였는데 근대에 들어온 바나나도 그려졌다고 합니다. 두 명의 화가가 그린 이 그림은 그림의 소재에 명암을 자연스럽게 주어 보다 입체적이고 사실적으로 표현한 서양의 그림 그리는 방법을 부분적으로 수용했다고 합니다. 기명절지도(Gimyeongjeoljido)는 안중식과 조석진의 제자인 이도영(1884년~1933년)과 고희동(1886년~1965년), 이한복(1897년~1944년)에게로 계승되었습니다. 이도영은 중국의 그릇대신 신라시대 토기와 고려청자를 화폭에 담아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기명절지도(Gimyeongjeoljido)에 더했습니다. 조선의 기명절지도(Gimyeongjeoljido) 그림 그리는 스타일은 시간이 흐를수록 장식적이면서 감각적인 표현이 대두되었습니다.
5. 부채에 그려진 기명절지도(Gimyeongjeoljido)
고희동과 이도영이 그린 기명절지도(Gimyeongjeoljido)입니다. 1915년에 고희동(高羲東)과 이도영(李道榮)이 같이 그림을 그려서 완성했습니다. 이 그림에는 고동기(Godinggi) 주전자, 무, 물고기, 고추는 이도영이 그렸다고 추측하며 옥수수, 복숭아, 산딸기, 수박은 고희동이 그린 것으로 추정합니다. 맑은 색감에 채색이 들어가며, 담백한 필치를 보이는 이도영의 그림과 옥수수 등을 화려한 색채와 명암을 주어 감각적으로 표현한 고동기의 그림이 부채에 담겨있어 비교하여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기명절지도(Gimyeongjeoljido)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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